춤으로 하나 된 우리, IDF 2025를 돌아보며
1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
2025년 여름, 대한민국 국제댄스페스티벌(IDF)이 10주년을 맞았다. 숫자로는 단순히 '10'이라는 한 자리 수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주최 측인 월드벨리댄스협회 김혜정 협회장은 말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큰 축제로 성장할 줄은 몰랐습니다. 단순한 오리엔탈 댄스 경연에서 스트릿댄스와 리듬 필라테스까지 아우르는 종합 신체예술 축제로 거듭난 것을 보며, 무용의 가능성이 얼마나 무한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김 협회장과의 대화에서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핵심 가치가 있다는 점이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건 '함께 춤추는 기쁨'과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이것이야말로 IDF의 정체성이죠."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IDF는 수많은 댄서들의 꿈의 무대가 되어왔다. 첫 발을 내딛는 초보자부터 이미 완성된 기량을 자랑하는 프로페셔널까지, 연령과 국적, 경험을 불문하고 모든 이들에게 열린 무대를 제공해왔다. "매년 참가자들의 눈빛을 보면 가슴이 뛰어요. 그 속에 담긴 간절함과 열정이 저희가 이 행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죠."



2022 IDF
경쟁을 넘어선 교류의 장
올해 IDF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는 중국의 구위 벨리댄스 마스터가 진행한 워크샵이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한국의 댄서들에게 전통적인 오리엔탈 기법을 전수하는 모습을 보았고, 워크샵이 끝난 후에는 참가자들이 서로의 나라를 방문하자며 연락처를 교환하는 모습은 진정한 문화 교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IDF의 진정한 가치를 확인하게 됩니다"라고 김 협회장은 미소지었다. "무대 위에서는 경쟁자였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동료가 되는 것. 이것이 IDF만의 특별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대회 기간 중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멘토링 문화였다. 경험이 많은 댓서들이 초보자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서로 다른 스타일의 댄서들이 기꺼이 자신의 노하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무용계의 건전한 생태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목격할 수 있었다. "저희는 의도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해왔어요. 단순히 상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나가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거든요."



구위 중국 마스터의 한국 방문과 의정부 워크샵
다양성 속의 조화
올해 새롭게 추가된 스트릿댄스와 리듬 필라테스 부문에 대해 김 협회장에게 물어보니 흥미로운 답변이 돌아왔다. "처음에는 과연 이질적인 장르들이 하나의 축제 안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보니 그런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70세 최고령 참가자부터 7세 최연소 참가자까지, 비기너부터 프로 수준의 기량을 자랑하는 댄서까지. 각각 다른 배경과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춤'이라는 공통 언어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며, 예술의 진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리듬 필라테스를 처음 도입할 때도 고민이 많았어요"라고 김 협회장은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매트 위에서 음악에 맞춰 펼쳐내는 우아하면서도 힘 있는 동작들을 보니, 운동과 예술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 것인지를 깨달았죠. 단순한 피트니스 루틴이 아닌 하나의 완성된 작품처럼 느껴졌거든요."
스트릿댄스 부문에서는 젊은 에너지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기존의 격식 있는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자유분방한 표현들이 오히려 축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어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정적과 동적인 것들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다문화 축제의 모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만남
팬데믹 이후 정착된 하이브리드 형식에 대해서도 김 협회장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 혁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이론 워크샵을 통해 전 세계의 무용인들이 한국의 무용 철학과 기법을 배울 수 있었고, 실제 대회 현장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응원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정기윤 교수님의 댄서를 위한 패시브 스트레칭 강의나 김병훈 교수님의 발목부상 예방 강의는 단순한 이론 전달을 넘어 무용인들의 건강한 무용 생활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보여주었죠."
"온라인 참여자들의 실시간 댓글과 응원 메시지는 현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어요. 무대에 선 댄서들에게도 큰 힘이 되었고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전 세계가 하나의 무대를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축제를 향하여
IDF가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김 협회장은 명확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단순히 규모만 키우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어요. 참가자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고, 모든 이가 자신만의 무대에서 빛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더 중요했죠."
특히 올해 주목할 만했던 점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었다.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지역 업체들과 협력해서 지역 경제에도 기여하려고 노력했어요. 참가자들에게도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고, 친환경 인증을 받은 숙박시설을 우선 안내했죠."
"이런 세심한 배려들이 축적되어 IDF만의 독특한 문화와 전통이 만들어졌고, 이것이 바로 참가자들이 해마다 다시 찾게 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감동을 넘어 영감으로
올해 대회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수상자들의 인터뷰였다고 김 협회장은 회상했다. "최고지도자상을 받은 김혜진 대표님의 '이 상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해온 모든 제자들과 동료들의 공로'라는 겸손한 소감을 들을 때 정말 뭉클했어요."
"프로 개인 부문에서 우승한 최지호 님의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다짐에서도 진정한 예술가의 자세를 볼 수 있었고, 비기너 부문에서 수상한 정유라 님의 '무대에 서는 순간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는 말은 많은 초보 댄서들에게 용기를 주었을 거예요."
김 협회장에 따르면, 이런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들이야말로 IDF가 만들어내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한다. "각각의 수상은 단순한 성취가 아닌 그들만의 스토리와 노력의 결실이었고, 이를 지켜본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영감과 동기가 되었죠. 1등을 하지 못했더라도 모든 참가자가 자신만의 성취감과 성장을 경험했다는 점이 IDF의 진정한 성공이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하며
새로운 10년에 대한 김 협회장의 비전을 물어보니 눈빛이 반짝였다. "지난 10년이 '기반 구축'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글로벌 확산'의 시간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규모가 커지더라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IDF가 지금까지 사랑받을 수 있었던 핵심 가치였다. "화려한 무대나 큰 상금 때문이 아니라, '함께 춤추는 기쁨'을 나누는 따뜻한 축제였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예요."
"무용은 언어를 초월하는 인류의 공통 언어라고 개막식에서 말씀드렸는데, 이 철학이 앞으로도 IDF의 중심에 있었으면 해요. 기술적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춤을 통해 전달되는 진정성과 열정이니까요."
김 협회장은 또한 접근성 확대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더 많은 나라의 무용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참가자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하려고 해요. 진정한 글로벌 축제가 되려면 누구든지 꿈과 열정만 있다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거든요."




댄서에서 주최자로, 그리고 다시 댄서로
김 협회장 자신도 오랜 경력의 벨리댄서다. 이런 배경이 IDF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했다. "제가 댄서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서기 전의 떨림, 음악이 시작될 때의 설렘, 그리고 무대를 마친 후의 아쉬움까지... 이 모든 감정들을 제가 직접 경험해봤으니까요."
특히 초보자들의 두려움에 대해서는 남다른 공감을 보였다. "처음 무대에 설 때의 그 떨림을 저도 너무 잘 알아요. 그래서 저희는 참가자들이 최대한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려고 노력해요. 리허설 시간을 충분히 주고, 무대 환경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하죠."
또한 심사 과정에서도 댄서로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기술적인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댄서가 무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감정을 읽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무대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어지는 건 제가 댄서이기 때문일 거예요."
흥미롭게도 김 협회장은 IDF를 주최하면서 자신의 댄싱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다양한 스타일의 댄서들을 보다 보니 제 춤에도 새로운 영감이 생겨요. 올해 리듬 필라테스나 스트릿댄스를 보면서 '아, 이런 움직임도 벨리댄스에 접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주최자이면서 동시에 계속 배우는 댄서로 남아있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김 협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IDF가 모든 무용인들에게 열린 무대이자,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따뜻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춤을 통해 행복을 찾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댄서로서 춤을 통해 느꼈던 그 순수한 기쁨을 모든 참가자가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춤은 언어를 초월한다. 나이를 초월한다. 국경을 초월한다. IDF 2025에서 다시 한번 확인한 이 진실을 김 협회장과의 대화를 통해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내년에 펼쳐질 또 다른 감동을 기대해본다.
춤추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